2026. 1. 5. 21:34ㆍPinch Talk
대화가 어긋나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분명 서로 말을 하고 있는데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상대는 이유를 말하고 있지만, 그 이유가 나에게는 설득되지 않을 때죠. 이 책 왜의 쓸모는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누군가가 왜 그런 이유를 드는지 알게 되면, 대화의 앞면이 아니라 뒷면에 숨겨진 진짜 맥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이유를 제시하는 존재’다
찰스 틸리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인간은 이유를 제시하고, 이유를 요구하며, 이유를 추구하는 존재라고요. 언어와 도구, 문화를 공유하는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간은 어릴 때부터 “왜?”를 묻고,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이유를 통해 자신을 설명합니다.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유의 제시는 개인적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즉, 어떤 이유가 타당하게 받아들여지는지는 말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그가 놓인 사회적 상황과 관계의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화가 엇나가는 진짜 이유
연애 프로그램이나 실제 인간관계에서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고, 다른 한 사람은 감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서로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닌데, 대화는 계속 겉돌죠.
이 책은 이런 상황을 ‘성향의 차이’가 아니라 이유를 제시하는 방식의 차이로 설명합니다. 서로 다른 규칙의 언어를 쓰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평행선만 그리게 되는 것입니다.

네 가지 이유의 방식
『왜의 쓸모』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사람들이 이유를 제시하는 네 가지 방식입니다.
첫째, 관습입니다.
“원래 다 이렇게 해요.”라는 말로 대표되는 방식으로, 일상에서 가장 자주 사용됩니다.
둘째, 이야기입니다.
예외적인 상황이나 감정이 개입된 사건에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이유를 설명하려 합니다. 이야기는 관습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듣는 사람을 설득하는 힘도 큽니다.
셋째, 코드입니다.
조직과 제도가 만들어낸 규칙과 기준입니다. 법, 규정, 정책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넷째, 학술적 논고입니다.
전문 지식과 이론을 바탕으로 한 설명으로, 가장 추상적이지만 전문 영역에서는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사람들은 이 네 가지 중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말합니다. 문제는 상대가 같은 방식으로 듣고 있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필요한 설명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대목이었습니다.
나와 관계의 층위가 가까울수록, 더 자세한 이유 제시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정도면 알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오해가 생깁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암묵적인 기대가 커지고, 그만큼 말로 풀어내지 않은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친밀함이 곧 이해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짚어줍니다.

전문가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드와 학술적 논고를 우선합니다. 변호사, 의사,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언어만으로는 대중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문가인 화자는 관습과 이야기를 자신이 선호하는 관용어로 번역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 번역에 협력하도록 이끄는 데 능숙하다.
전문가가 말을 잘한다는 것은, 지식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이유의 형식을 상황에 맞게 바꾸는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언제 말해야 하고, 언제 멈춰야 하는가
이 책은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유를 제시해야 할 순간이 있고, 그렇지 않은 순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 모든 상황이 내 마음의 평화를 희생하면서까지 대응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상대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입니다. 이유를 말하는 일 역시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합니다.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
『왜의 쓸모』를 덮고 나면,
대화에서 누가 옳은지를 따지기보다
누가 어떤 방식의 이유로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일상 대화, 업무 커뮤니케이션, 관계의 갈등 속에서
말이 어긋난다고 느껴질 때 한 번쯤 꺼내 보기 좋은 책입니다.
이유를 이해하는 순간, 대화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의 쓸모 | 찰스 틸리 | 유유 - 예스24
일상적 대화부터 복잡한 정치적 논쟁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누군가의 말을 듣고 또 전하며 살아간다. 21세기 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사회학자 찰스 틸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대화에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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